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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이기주)

by 장꿀로드땡규 2017. 4. 10.


<언어의 온도>

작가 : 이기주


어느때에 어떤 말 혹은 어떤 행동을 했는지, 그속에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책인데, 사실 그것보다는 나와는 상반되는 글쓴이의 태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책 내용의 절반은 주위의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책 초반에 밝혔듯이 글쓴이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듣기위해 항상 주위에 귀 기울이고 그에 대해 생각하는 습관을 가졌다. 근데 나는 반대이다. 내가 하고싶은것, 내가 관심있는것을 제외하곤 도통 관심을 두지 않는다. 선택과 집중의 다름일 수도 있겠지만, 혼자하는 것이 익숙해질수록 다른것에는 심각하게 무심해졌던 나를 되돌아 보았다.

사람들이 어떤일을 겪었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는지 예전에는 대화를 하고나면 그런것들을 자연스래 머릿속에 담아뒀었다. 헌데 지금은 혼자라는 편안함에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들어도 기억에 남기는것이 없고, 그러한 일 자체가 피곤하게 느껴진다.
책에 보면 '그냥 연락해봤다' 라는 내용이 있다. '그냥' 의 의미는 정말이지 '그냥' 이 아닌데 오랜만에 혹은 또 연락이 왔을 때, 나는 여러번 '그냥' 이란 말을 모른체하고 넘겨왔다. 그만큼 주위에 무뎌지고 거리를 둔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 심각하다고 생각하지않았다.

글쓴이가 새벽에 걸려온 전화에도, 친구의 잘못된 단어 사용에도 의미를 찾아가고 따뜻하게 건내주는 모습이 내가 얼마나 차갑게 지내왔는지 되돌아보게한다. 이 책의 목차는 말, 글 그리고 행동으로 크게 나뉘어져있다. 대화뿐만 아니라 나를 나타내는 모든 방식들이 언어이고 그 언어에 따라 내가 바뀌고 내 주위가 달라진다. 삭막하고 고집스러웠던 내 언어가 조금은 따뜻해질 필요는 있지않나 싶다.



#1 더 아픈 사람 (P18)
- 그런데 할머니는 내가 아픈걸 어떻게 그리 잘 알아요?
아픈 사람을 알아보는건, 더 아픈 사람이란다..
= 아파봤기 때문에 남을 안하프게 하는 방법도 알텐데 그게 쉽지가 않다.


#2 그냥 한번 걸어봤다 (P34)
- '그냥' 이란 말은 대개 별다른 이유가 없다는 걸 의미하지만, 굳이 이유를 대지 않아도 될 만큼 충분히 소중하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그냥' 은 정말이지 '그냥' 이 아니다.
= 내가 무심해졌다고 느꼈던 부분, 지인이 오랜만에 아니면 또 연락이 왔을때 '그냥' 이란 말의 의미를 알면서도 모른척했던적이 수두룩 했다.


#3 진짜 사과는 아프다 (P54)
- 사과의 질을 떨어뜨리는 단어가 있으니, 바로 '하지만' 이다.
= 업무회의때를 되돌아보게된다. 상대방이 얼마나 기분나빴을까..


#4 분주함의 갈래 (P87)
- 분주함에도 갈래가 있는 듯하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방법을 찾기 위해 분주한 경우가 있고,핑계를 찾다보니 분주한 때도 있다. 오늘 하루, 난 어떤 색깔의 분주함 때문에 "바쁘다"는 말을 쏟아냈을까.


#5 원래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 (P97)
-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인 듯하다.
순응 아니면 체념이다.


#6 라이팅은 리라이팅이지 (P140)
-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은 깊어지고 단단해진다.
= 익숙해져서 흥미를 잃어버리는 내 스스로에게 해당되는 말같다. 반복과의 싸움에서 지고 자기자신과 타협하는 순간 지금의 나보다 더 깊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죽이는 것이다.


#7 분노를 대하는 방법 (P232)
- 격한 감정이 날 망가트리지 않도록 마음속에 작은 문 하나쯤 열어 놓고 살아야겠다. 분노가 스스로 들락날락하도록, 내게서 쉬이 달아날 수 있도록.
= 사회생활을 하면서 더 조심했어야 하는데, 가면갈수록 다혈질이 무럭무럭 피어났다. 별일도 아닌것에도 혼자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마음속에 작은 틈 하나쯤은 있어야 압 조절도 되고 뚜껑도 안열리겠다.


#8 지지향, 종이의 고향 (P238)
- 하여간 음악도, 그림도, 글도, 심지어 공간도 채우기보다 비우기가 어려운 건지 몰라! 비우는 행위는 뭔가를 덜어내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비움은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며 자기 자리를 누군가에게 내어 주는 것이다.
= 단순히 취미만 봐도 내 만족을 위해 얼마나 채우는것에 목매여왔나 싶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러한 것들로는 아무리 채워도 가득 채워지진 않는다. 순간순간의 만족감과 보고있으면 부질없다는 후회감이 교차되면 잠깐 멈추는것도 방법인듯 하다. 물론 쉽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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