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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ma

히트 (HEAT, 마이클 만 감독)

by 장꿀로드땡규 2017. 2. 25.


 제일 좋아하는 <히트> 에 대해 깊게 생각해본적이 없던것같다. 막연히 좋아하는 두 배우에 좋아하는 장르였기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무엇때문에 그렇게나 빠져들었는지 알고싶어 3시간동안 다시한번 집중해봤다.

 

 영화를 보면서 어떠한 깨달음을 얻거나 깊은 생각에 빠져들만한 영감을 주는 영화들을 특히나 좋아한다. 단순한 코미디든 무척이나 무거운 장르물이든 어떤 장르의 영화라도 '생갈할 껀덕지' 를 내게 준다면 더할나위없이 괜찮은 영화라 생각한다. 그런데 정작 가장 좋아하는  <히트> 는 생각할거리를 주지 않는다. 외로운 두 남자들간의 마초적인 교감과 내가 그토록 진부하다고 느꼈던 사랑이야기가 주 내용인 영화였다.

 

 <히트> 속 대사들은 상당히 간결해 조금은 무미건조하게 들리겠지만 대신 그 빈 부분을 배우들의 연기력으로 채워넣는다. 특히나 말수가 적고 철두철미한 두 주인공 닐과 한나를 연기한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는 여기서 자신들이 가지고있는 카리스마를 한껏 표현해낸다.

 

 자신의 일에 모든 열정을 쏟아부은 외로운 두 남자들은 영화가 흘러감에 따라 동질감을 느끼게된다. 범죄자와 형사라는 절대로 섞일수없는 두사람이 한 테이블에 앉아 웃으면서 얘기하며 서로를 이해하게되지만 그렇기때문에 결국은 서로에게 총을 겨누게될 상황까지 가게된다.

  

 절제된 닐 과는 다르게 불같은 성격의 소유자인 크리스는 부인 셜린과 다투기도 하지만 "For me the sun rises and sets with her" 이라 말한것처럼 그녀가 없으면 살지못하는 정열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위험한 상황이지만 사랑하는 셜린과 아이를 보기위해 호랑이굴에 들어가게 되고, 자신을 향한 크리스의 사랑을 느낀 셜린은 손짓으로 위험속에서 크리스를 떠나보낸다.

 

 가끔은 속시원히 대놓고 말하는 대사보다 함축적인 한컷이 더 크게 와닿을때가 있다. 그리고 마이클만은 그 순간을 항상 멋지게 잡아낸다. 고요하면서도 고독한 밤의 도심, 가구가 없어 횡한 집에서 보이는 이른 아침의 바다 등등..여전히 암울하고 건조한 그의 영화들 중에서 <히트> 는 특히나 더 감정적인 영화이다.

 

 고층빌딩 사이로 울려퍼지는 사실적인 총소리와 실제 고증을 받으면서 사실적으로 표현한 명불허전의 도심속 총격전뿐만이 아닌, 액션과 스릴러 사이에 설득력있는 드라마가 짜임새있고 긴장감을 끝까지 이끈 조화야 말로 이 영화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한다.

 

 수십번 넘게 봤지만 계속해서 보고싶은건 단순히 객관적인 영화의 완성도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들과 교감하고싶고 다시한번 벅찬감정에 빠져보고싶은 맘에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누군가를 좋아할때 "어떤점이 그렇게 좋은거야?" 라고 주위에서 물었을때, 어떤 말도 필요없이 웃게만드는 그런 사람. <히트> 는 내게 있어 그런 영화같다.


2011년 9월 8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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