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Heng's Play
〃  Cinema

레슬러 (The Wrestler,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

by 장꿀로드땡규 2012. 10. 11.



 타고난 능력 - 성장 - 성공 - 자만 - 위기,하락 - 극복 - 복귀성공 + 사랑

대부분의 스포츠영화가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그렇듯이 이 영화도 어느 정도는 이 틀을 따라간다. 왕년에 전설적인 레슬러가 이젠 노쇠해서 작은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며 전전긍긍하며 살아가고, 그마저도 심장이 약해 의사에게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게 되고 레슬링을 그만두게 된다. 하지만 결국 자기가 있어야할 곳은 경기장임을 알고 되돌아간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록키> 는 자기 자신의 극복과 성장을 정석적으로 다져놓은 영화이고, <신데렐라 맨> 은 거기에 '아버지' 를 추가하여 극적인 감동을 더했으며, <파이터> 는 '가족' 이야기를 더해 우리가 주위서 접할 수 있는 소소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앞에 3개와 비교해 봤을 때 <레슬러> 는 스토리로서 크게 특별한 점은 없다. 대신에 분위기가 영화라기 보단 '인간극장' 같이 다큐적이고 주인공의 일상적인 감정과 생활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 특별하다. 한국영화 <완득이> 를 보고나서 느낀 감동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재미가 없다. 정말 일상생활 속에서 느끼는 외로움과 자괴감, 짜증 같은 것들을 다루면서 관객들에게 그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영화에 기름기가 없고 그에 맞춰 딱히 기교 있는 화면을 쓰지도 않는다. 심지어 레슬링 경기 장면조차도 초라하기 짝이 없다. <완득이> 는 한국영화에서 볼 수 있는 유머와 약간의 과장이 섞여 그래도 영화라는 느낌이 드는 반면, <레슬러> 는 정말 인간극장 같다. 거기에 미키루크라는 배우를 모른다면 '저 사람은 전직이 프로레슬러였나?' 하는 생각이 들만큼 덩치도 연기력도 사실적이다. 미키루크에 대한 이미지는 표정도 범상치 않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포스와 무심해보이지만 진실성이 느껴지는 이미지인데 이것이 <레슬러> 에선 물 만난 물고기마냥 훨씬 부각된다.



 사실 이 영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런 스타일만을 보여줬다면 '아 참 정적인 영화구나'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마지막 크라이막스에서 정말 영화스러운 극적인 감동을 선사한다. 록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에게도 별로 듣지 않는 사람에게도 친숙한 ‘Guns N' Roses 의 Sweet Child O' Mine’ 가 흘러나오며 랜디램의 대사를 듣게 되면 이 영화를 보면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소름끼칠만한 감동이 몰아친다.


 이루어 질 거라 생각지 못한 두 사람의 사랑을 세심하게 그려낸 <레옹> 의 마지막 ‘Sting 의 Shape of my Heart’ 는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고 동시에 모두에게 음악을 각인시킬 만큼이나 영향력이 컸었다. OST를 영상 없이도 감동적으로 잘 듣는 나를 ‘Sting 의 Shape of my heart’ 만큼은 꼭 영상이 있어야만 듣고 싶은 음악으로 만든 <레옹> 에 이어 <레슬러> 를 보고난 후 부터는 ‘Sweet Child O' Mine’ 도 들을 때 영상이 없으면 심심하게 되어버렸다.


 재미도 유머도 즐거움도 적은 영화이지만 미키루크가 보여줬던 진실되 보이는 주인공의 매력적인 모습에 빠져들어 씁쓸하지만 공감하며 볼 수 있어서 좋았고, <레옹>, <다크나이트>, <127시간> 처럼 마지막 벅찬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