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트로커> 를 만들었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이 더 건조하고 더 무거운 영화로 돌아왔다.
극악무도한 테러범을 잡는 영화이지만 어느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유지하려 노력한다. 미국의 편에 서서 그들을 옹호하는것도 아니며 심지어 고문받는 사람이 불쌍하게 보일만하게 연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런점을 부각시키면서 윤리적으로 접근하는것도 아니라서 좋다.
주인공 '마야' 가 왜 그렇게 빈라덴에 집착하는지, 그녀가 어쩌다 그곳으로 파견되었는지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캐릭터의 배경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집착에 나도모르게 공감하게된다. 마야를 연기한 제시카 차스테인은 온갖 고생은 다한듯이 찌든 표정을 잘 만들어낸다.
용의자를 잡기위해 조사하고, 고문하는 과정이 2시간을 가까이 차지하고 있는데, 사람에 따라서는 지루함을 느낄법하다. 이전에 개봉했던 <아르고> 와 비슷한 맥락이다. 개인적으론 <제로다크서티> 의 초중반부가 지루한적이 없었는데, 사이사이 마다 굵직한 사건들이 껴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조금은 유쾌하게 흘러갔던 <아르고> 와는 다르게 <제로다크서티> 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막같이 흘러간다.
'마이클만' 감독을 얘기하면 총격전을 빼놓을 수 없는것처럼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역시나 총격전이나 폭발씬을 언급안할 수 가 없다. 마이클 만 감독만큼이나 리얼리티에 집착하는지 음향에 엄청난 노력을 쏟아붓는다. 이전 작품 <허트로커> 에서도 그렇고 이번 <제로다크서티> 에서도 격발음을 비롯해서 헬기의 소리까지 아주 묵직하게 뽑아냈다. 효과음 말고도 화면빨도 굉장하다.
마지막 30분 정도는 마야 캐릭터를 잠시 뒤로하고 침투작전에 집중된다. 그런데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은 스피드함을 완전히 버린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실제 작전모습이 영화에서 나온것과 비슷하다고는 하는데, 이전작품도 그렇고 스피디함은 좋아하지않는것 같다. 하지만 스피디함이 없어도 긴장감을 주는데는 충분했다.
<허트로커> 에 이어 <제로다크서티> 까지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영화를 보면서 아직도 여감독 이라는것을 영화속에서 느끼질 못했다. 좀 더 섬세한것이 차이이려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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