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이후 9년만에 <비포 선셋> 이 나왔고, 또 그 후 9년만에 <비포 미드나잇> 이 나왔다. 우선적으로 말하지만 다음 작품이 나온다면 9년이 아닌 50년이 더 지난, 에단호크와 줄리 델피가 96세가 됐을때에 아마 나와야지 않을까 싶다. 그만큼 또 후속작을 기대할만한 그들의 대화가 여전히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번 <미드나잇> 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완전히 다른 모습들을 보여준다.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에서 처럼 <미드나잇> 역시나 대화로 가득찬 것은 똑같지만, 전편들에서는 대화의 주제가 그들이 중심이었다면 이번 <미드나잇> 은 그들의 아이나 게스트하우스의 사람들 처럼 주위 사람들과의 관계로 부터 대화가 진행된다. 처음 공항을 나오면서 그들이 대화가 시작되지만 대부분이 현실에 대한 얘기일뿐이고, 후에 게스트 하우스에서의 대화 역시나 다른 사람들이 바라보는 셀린느와 제시의 이야기이며 더 나아가 어디서든 나올법한 그런 통념적인 얘기들로 가득하다. 물론 주인공들의 얘기가 그렇게 특별한것은 아니지만 대화의 중심이 완전히 뒤바뀐것은 전작들과 엄청난 차이를 보여준다.
전작들에서 봐왔던 그들의 대화는 영화 시작 1시간이 지나서야 등장한다. 주인공들 마저도 이렇게 걷는것이 얼마만이냐며 반가워할 정도! 1시간동안 그들의 현실을 알려준뒤에 본격전인 영화가 시작한 기분이였다.
<선라이즈> 에서는 판타지같은 사랑에 빠져버린 둘만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였고, <선셋> 에서는 서로 떨어져있으면서 느꼈던 그리움과 다시금 확인한 그들의 9년전 감정을 얘기하는 영화였다. 그리고 <미드나잇> 은 이제 40이 넘은 그들이 반복적인 일상이나 자식들에서 오는 권태에 대한 얘기로 가득하다. 시리즈를 거듭하면서 그들의 이야기는 환상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두 주인공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는 더이상 다른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내가 다른 영화에서 이 둘을 본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Before 시리즈 말고는 어떠한 모습도 상상이 되질않는다. 순수해보였던 20대의 모습, 조금은 어른스러워진 30대의 모습, 그리고 이젠 살집 붙은 아줌마에 초최한 아저씨같은 그들의 모습이 그닥 낯설지않다. <해리포터> 영화 시리즈가 작품성으로는 항상 아쉬웠지만 절대 외면할 수 없었던 이유는 초등학교때부터 나와 비슷하게 성장한 주인공들 때문이었다. Before 시리즈에 가장 아쉬운 점이라면 <해리포터> 처럼 내가 같이 공감할 상황이 아직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가 들고 나도 누군가의 남편이 되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됐을때 <비포 미드나잇> 을 다시 본다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하다.
시리즈가 세개의 작품이나 나왔는데도 바뀌는 것은 성숙해져가는 주인공들뿐, 감독의 시선은 9년이란 간격이 있지만서도 그대로인것이 독특하다. 위에서는 50년 후에나 속편이 나오는것이 맞는것 같다고 적었지만, 1편의 답을 2편에 했고 2편의 답을 3편에 했듯이 3편의 마지막을 대답해줄 4편이 또 나와주길 바랄뿐이다. 애들이 다 크고 다시한번 둘만의 시간이 많아지는 (제 2의 황혼기라 불리는) 50대의 그들을 찍어보는것도 괜찮지않을까?
환상적인 느낌이 들었던 <선라이즈> 보단 그리움과 확실해진 감정으로 여운이 가득했던 <선셋> 을 더 좋아했는데, 이제는 <비포 미드나잇> 이 시리즈 중 최고의 작품으로 남는것 같다. 아마 전작들을 좋아했던 사람들이라면 분명 만족할만한 후속작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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