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을 알아맞추는 '관상' 이라는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낸 사극. '관상' 이라는 소재가 가지는 한계때문에 어쩌면 금방 질릴법한 영화를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동안 지루함을 모를정도로 잘 만들어냈다. 그만큼 재밌는 영화였다.
이번 <관상> 은 영화속에 극명하게 다른 두개의 장르를 섞어놓은듯 했다. 초,중반에는 송강호와 조정석이 펼치는 코믹스런 드라마로 보여지다가 중,후반 부터는 어둡고 무거운 사극 스릴러? 가 펼쳐진다. 서로 다른 분위기를 이질감 없이 잘 섞어놓은것이 괜찮았다. 또한 사람 얼굴이 크게 뒤바뀌는 일이 없으니 각각의 인물들은 처음 나온 관상대로 큰 변화없이 계속 나아갈 수 밖에 없는데,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인물들을 커다란 사건에 모두 참여? 시키면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간다.
거기에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덕분에 이야기에 한층 더 빠져든다. 송강호는 정말 대단한 배우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에 공감할 수 있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정말 입이 열개라도 부족할만큼 대단했다. 그러한 송강호의 옆에서 절대 작아지지않았던 조정석과 이정재도 멋진 연기를 펼친다. 이정재는 최근 <신세계> 에 이어서 정말 카리스마 넘치는 수양대군의 모습을 보여준다. 예전에는 연기력이 별로라는 평이 많았던것 같은데, 최근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그러한 평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백윤식이나 김혜수는 생각보다 비중이 작은 캐릭터라 그런지 그리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종석은 아직까지 큰 감흥을 불러일으키기엔 부족해 보였다.
올해 영화관에서 봤던 대부분의 영화들이 배경음악이 굉장히 좋았던것에 비해 이번 <관상> 의 음악은 조금 과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광해, 왕이 된 남자> 오프닝에서 화면과 음악의 완벽한 조합을 보았는데, 그것에 비하면 이번 <관상> 은 분위기에 들어맞는 음악들을 사용하긴 했지만 뭔가 오버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예를들어 백윤식이 처음 등장할 때 흘러나오는 음악은 "어때? 진짜 위엄있는 호랑이 같지않아?" 하며 느낌을 주입시키는 기분이었다.
배경음악을 제외하면 흥미로운 이야기 (라고 하기엔 이미 다들 결말을 알고있는 역사) 에 배우들의 멋진 연기력이 돋보이는 영화였다.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면 이 영화를 볼 때 굉장히 마음조리며 볼 수 있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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