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코르빈 감독의 <어메리칸> 을 너무 심심하게 봤던터라 <모스트 원티드 맨> 역시나 심심하지않을까 걱정은 있었다.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의 유작이라는 점과 최근들어 보기 힘들어진 무거운 분위기의 스릴러를 보고싶어서 챙겨봤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모스트 원티드 맨> 은 분위기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과 비슷하지만 좀 더 접근성은 높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들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을까 싶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는 어지럽다.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없고, 냉전시대에 사용하던 은어들 역시나 아무런 설명이 없어서였다. 그 당시 실제 있어던 사건들을 모르면 영화가 더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그런것에 비하면 이번 <모스트 원티드 맨> 은 굉장히 쉬운편이다. 그래서 위에 말했듯이 접근성이 높다. 등장인물들은 간단명료하고 국적만 판단하고 있으면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간단한 이야기 속에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더 복잡하게 다가온다.
등장인물이 몇몇 있고, 배우들의 연기력은 흠잡을곳이 없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레이첼 맥아담스의 가벼운 역할들만 봤던터라 이번 영화에서의 모습이 신기했다. 하지만 캐릭터의 비중때문인지 다른 배우들의 연기력이 그렇게 돋보이거나 매력적이진 않다. 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건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연기한 '군터' 라는 굴직한 기둥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인이 되어 더더욱이 마음이 짠했던걸수도 있지만, 영화를 몰입해서 보고나면 '군터' 의 분노에 공감되고, 마지막 퇴장의 모습은 정말 씁쓸하게 다가온다.
영화 <레슬러> 처럼 초중반에 차곡차곡, 조용하게 쌓아놓던 긴장감이나 감정들을 후반에 터뜨린다. <레슬러> 에선 이전의 드라마가 너무 담백해서 거의 인간극장을 보는 느낌이었지만, <모스트 원티드 맨> 의 초중반은 영화라는걸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레슬러> 에선 주인공 랜디와 배우 미키루크의 삶이 겹치면서 더더욱 가슴저리는 이야기였지만, <모스트 원티드 맨> 에선 그런 시너지 요소가 없다보니 좀 더 심심하게 느껴졌다.
화면이 멋지다. '군터'가 바라보는 독일의 모습뿐만 아니라 장면 대부분이 분위기있게 나타난다. 몰랐는데 감독이 사진작가 출신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화면의 때깔이 대단하다. 오랜만에 느낄 수 있었던 분위기라 너무나도 반가웠고, 기대했던 이상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더더욱 좋았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와는 다른 이유에서 곱씹어 보고싶은 매력이 있다. 상영기간이 짧아서 벌써 내려간것 같은데 제발 2차 매체로 정식 발매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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