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스카이폴 (007 Skyfall , 샘멘데스 감독)

<스카이폴> 은 단순히 액션영화로 본다면 좋은 점수를 줄만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007 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로 생각한다면, 그리고 지금 이 브랜드가

50주년을 맞이했고 <스카이폴> 이 그것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보자면 굉장히

괜찮은 영화라 생각된다.

영화 속에서도 나오는 "부활" 에 걸맞게 50주년을 기념하면서 다른 첩보,액션

영화에 밀려 찬밥신세가 된 007 시리즈의 부활을 표현하는 작품같았다. 과거의

트라우마를 벗어던지는 주인공처럼 <스카이폴> 역시나 가라앉고있던 007

시리즈를 재정립하고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방향을 제시해준듯 싶다.

현 시대에 칭송받는 첩보 액션영화인 본시리즈 (제이슨 본 3부작..) 를

따라가기보단 007 특유의 클래식함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느낌이 강했다. 마지막

결전을 대비하며 가는 그때에 선택한 애스턴마틴의 DB5 가 단순히 옛 영화들의

오마쥬로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 취향은 역시 <스카이폴> 보다는 <카지노로얄> 이라서 저런 기념비적

의미보다는 액션,첩보물로서의 아쉬움이 더 크게 남는다. 특히나 잘 깔려진

드라마에 비해 밋밋한 액션이 가장 큰 문제이다. 그래도 가장 치열했던 오프닝씬 중

기차위에서의 장면조차도 긴장감이 다소 떨어진다. 크게 터뜨리지 않아도 여기저기

총을 쏘지 않더라도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스카이폴>

에서는 그런 긴박감을 느끼게할만한 액션장면이 거의 없었다.

또 아쉬운건 배우들의 연기력. 세버린 역의 베레니스 말로히나  Q역의 벤 위쇼의

연기력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때문에 하비에르

바르뎀이 악역으로 캐스팅 됐다고 했을때 "제임스본드는 이제 개고생을 하겠다!"

했지만 캐릭터 자체의 한계인지 엄청난 모습을 보여주진않았다. 

(물론 대단했지만 더 대단한걸 기대했던거에 대한 실망..)

다니엘 크레이그나  주디덴치는 몇개의 시리즈를 통해 이미 확실히 굳어져서

좋다 나쁘다를 떠나 캐릭터에 잘 녹아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몇몇 캐릭터는 아예

물갈이가 되는데도 확실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는것이 좀 아쉽다.

그래도 영상미가 뛰어나 영화를 볼때 "와.." 하며 입벌어지게 만드는 멋있는

장면들이 많았고, 오프닝씬 이후에 흘러나오는 아델의 <SkyFall> 은 진짜

소름끼칠만큼 대박이다.

샘멘더스 감독이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고

했는데, 그것을 노린건지 <다크나이트> 시리즈의 오마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도 찾을 수 있었다. 오락성보다 뭔가 있을법한 드라마를 더 좋아하지만,

놀란감독의 <다크나이트> 시리즈나 이번 샘멘데스의 <스카이폴> 이나 오락성이

확실히 필요한 액션장면에선 좀 더 박진감을 가진 액션을 뽑아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아무리 007이 각 작품마다 연계성이 거의 없다고는 하지만..

50주년을 기념하자고 다니엘 크레이그의 퀀텀시리즈를 잠시 접어두고

기념비작을 만들어버리다니..또 몇년 기달려야 퀀텀 시리즈 마지막을 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