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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inema

호빗 : 뜻밖의 여정 (The Hobbit : An Unexpected Journey, 피터잭슨 감독)

by 장꿀로드땡규 2012. 12. 27.

* 읽기전에 맨 아래에 있는 Song of the Lonely Mountain 노래를 틀어놓고 읽는것을 추천합니다.



 <호빗> 을 이야기 하기에 앞서서 우선 신기술인 HFR 에 대해 먼저 적고 가야할듯 하다. 기존의 24프레임에서 벗어나 그 두배인 48프레임을 담은 HFR 기술.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이 기술의 첫인상은 최악의 기술로 새겨졌다. 


 1회차에 3D HFR 로 관람하고 2회차때 IMAX 3D 로 관람하면서 비교해본 HFR의 장담점을 먼저 적어보자면,


 우선 HFR 의 장점은 선명하다. 물론 2회차때 IMAX 로 관람하여 정확히 비교하긴 어렵지만 훨씬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었다. 또한 1초에 두배 가량의 프레임이 들어가다보니 눈이 덜 피로하다. 특히나 전체적으로 화면이 쓰~윽 지나가는 풍경화면이나, 주인공 또는 어떤 사물에 초점이 잡히지 않은채로 전체를 훑어주는 장면에서 HFR 은 IMAX 보다도 좋다. 내가 느낀 장점 은 이 두가지다. 이것을 제외하곤 모든것이 다 최악이었다.


 HFR 의 가장 큰 단점은 빠르게 재생되 보이는 화면이다. 고등학교 시절에 인터넷강의를 1시간동안 듣기에는 너무 지루해서 1.2배속 혹은 1.5 배속으로 재생해본 사람이 많을것이다. HFR 은 영화를 1.5 배속으로 틀어놓은듯이 흘러간다. 영화 첫부분에 늙은 빌보가 집안을 돌아다니는데, 번개 스텝을 밟으며 총총 뛰어가는 장면이 나왔을때 얼마나 어이가 없었는지 같이 관람하던 사람들 대부분이 웅성웅성 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만 이런가 싶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아주 거슬릴정도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두번째 단점은 배경과 인물들간의 괴리감이다. 정확히 이것은 HFR의 문제인지, 아니면 <호빗> 의 CG가 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IMAX 3D 로 봐본 결과 그래도 HFR 보다는 IMAX 가 인물과 배경이 더 잘 어우러져있다. (하지만 독수리나 각종 CG들이 <반지의제왕> 때와는 다르게 CG인것이 무척이나 티났던것을 보면 3D 효과때문일 수도 있겠다.) 이것이 얼마나 심한가 하면, 나는 분명 영화를 보고있는데 꼭 세트장에서 배우들이 연기하는 연극이나, 뮤지컬을 보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심해지면서 드는 생각은 "어떻게 뒤늦게 나온 <호빗> 이 <반지의제왕> 보다 CG가 더 후졌지?" 이다.


 1차 관람때 HFR 이 주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호빗> 영화 자체도 실망만 가득했다. 하지만 2회차를 보고나니 분명 1차 관람때 실망의 절반은 HFR 이었단것을 깨달았다. 영화 <호빗> 은 <반지의제왕> 의 연장선같다. (물론 이야기는 프리퀄) 전혀 새로운게 없고 여전히 <반지의제왕> 시리즈같은 느낌이 강하다. 2003년 <왕의 귀환> 이후에 9년이란 세월이 흘러 뭔가 새로운 것을 기대했던 사람에겐 실망이 클법하다. 


 내가 <호빗> 에 실망한 이유는 이야기에 있다. <반지의제왕> 을 볼때는 언제나 신비롭고 언제나 다음 장면이 기대됐다. 하지만 <호빗> 은 그런 점이 전혀 없다. 이것이 단순히 새로운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다음 장면이 그냥 예측이 될만큼 단순하고 심심했기 때문이다. 그냥 빗대어 표현하면 <반지의제왕> 보다 대상 연령층이 좀 낮아진 느낌이다. 거기다 마지막 오글거리는 대사는 정점을 찍는다.


 이야기가 심심한 이유 중 하나는 캐릭터의 매력때문이 아닐까싶다. <반지의제왕> 에선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하나같이 매력덩어리였다. 아라곤의 미친존재감 뿐만 아니라 재수없는 매력인 레골라스와 사랑스런? 김리, 그리고 일반 민간인같은 마음을 가진 보로미르까지 모두가 매력적이었다. 그리고 원정대의 핵심인 프로도나 샘 역시나 각자의 매력을 1편부터 뽑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호빗> 에는 이러한 매력적인 캐릭터가 없었다. 우선 13명의 드워프들 중에 자신만의 매력을 뿜어내는 캐릭이 하나도 없었다. 활잘쏘는 킬리? 좀 쎄보이는 드왈린? 현명해보이는 발린? 각 캐릭터의 이야기도 없을 뿐더러 끽해야 저런 의미부여가 전부였다. 등장인물이 너무 많기때문에 12명의 드워프는 그냥 쩌리라고 쳐도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바로 원정대의 핵심인 소린이다. 아라곤같은 존재감이 없다. 저놈이 적만 나타나면 "킬리 쏴!" 명령하고, 뭐만하면 무게잡는걸 보니 분명 대장이긴 한데... 이렇다할 매력이 하나도 느껴지질 않는다. 그래서 이 물빠진 원정대의 첫느낌은 밍숭맹숭했다.


 그나마 좋았던것은 빌보 역을 맡은 마틴 프리먼이었다. 영국드라마 <셜록> 에서 먼저 봤었는데, 확실히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였다. 하지만 아무리 제목이 <호빗> 이지만 원정대를 이룬 이상 호빗 혼자 매력있다고 이야기가 재밌어지는건 아니지않나!? 후속작에서는 어떻게 될지 두고봐야겠다.


 한가지 반갑고 좋았던 점은 간달프가 마법사 다운 마법을 썼다는것. <반지의제왕> 1,2,3 편 통틀어서 이렇다할 마법을 뽐내지 않았던 간달프가 <호빗> 에서는 진짜 '작살나는' 마법으로 등장하는 장면이 있어 좋았다. '저래서 마법사에게 의지하는구나!' 하는 공감이 들정도로 멋있었다. (저 위에 장면 아닙니다.)


(+골룸은 이제 시리즈 고유대명사. 나와줘서 고맙다.)


 마지막으로 <반지의제왕> 에 이어서 <호빗> 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배경음악이다. <반지의제왕> 하면 떠오르는 OST가 있는것처럼 <호빗> 하면 바로 드워프의 노래가 떠오른다. 가사가 있는 노래부터, 중간중간 나오는 score 음악까지 웅장하고 장면을 살려주는 배경음악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나오는 Song of the Lonely Mountain  은 가슴 속 깊이 울려퍼지게 하는 음악이다.


 이렇게 아쉬운 점이 많지만 이 시리즈를 기대할 수 밖에 없는것은 '중간계 세계관' 때문이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짤막한 에피소드들이 본편 이야기보다 훨씬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2편도 3편도 이 이야기들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호빗 : 뜻밖의 여정> 에서는 분명 실망이 가득했지만, 여전히 판타지가 주는 흥미는 대단했다. 1편에서 구축하지 못한 캐릭터들을 2편 3편에선 어떻게 채울지 걱정되지만, <반지의제왕> 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던 피터잭슨 감독이기에 매년 12월마다 극장에 걸릴 <호빗> 시리즈를 기대해본다.


 그리고 제발 3D말고 2D로도 좀 부탁한다..





<Song of the Lonely Mount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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